[단독] '폭싹' 해녀 충수 차미경 "아이유·박보검, '사랑' 그 자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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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싹' 해녀 충수 차미경 "아이유·박보검, '사랑' 그 자체" (인터뷰)](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hi/2025/04/07/54f85f2a-40db-449b-b2a9-de3f844196a9.jpg)






연극 무대 거쳐 2007년 영화 '밀양'으로 데뷔... 다수의 작품에서 '변신의 귀재'로 활약
직접 전한 아이유·박보검 미담
연기 비결? "대본 100번 보면 답 찾을 수 있어"
![[단독] '폭싹' 해녀 충수 차미경 "아이유·박보검, '사랑' 그 자체" (인터뷰)](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hi/2025/04/07/54f85f2a-40db-449b-b2a9-de3f844196a9.jpg)

우리는 어린 날엔 막연히 꿈을 좇고, 젊은 날엔 역경을 딛고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인생이라는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겨있다. 한때는 엄마와 아빠도 꿈 많은 청년이었고, 첫사랑에 가슴 뛰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기꺼이 꿈을 내어주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더 해주지 못한 걸 아쉬워한다. 딸 역시 부모의 희생과 사랑을 알기에 겉으론 툴툴대지만 뒤에선 눈물을 훔친다. 이 드라마를 보며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애달파 하고 눈물 흘리는 이유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아이유(애순)와 팔불출 무쇠 박보검(관식)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두 주인공의 유년 시절인 1960년부터 2025년까지를 오가며, 화창할 때도 흐릴 때도 있던 인생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으로 사랑받은 임상춘 작가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이 작품에는 애순과 관식 외에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참 많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충수 이모다. 충수는 해녀 이모 중 최연장자인 상군 해녀다. 추상같은 기개를 내뿜지만 내면은 봄햇살처럼 따뜻한 여성이다. 긴 시간 쌓아온 삶의 지혜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애순과 관식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충수 이모를 연기한 배우 차미경을 최근 본지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발과 분장을 완전히 걷어낸 그의 모습은 놀랄 만큼 세련되고 우아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해사한 미소를 지닌 차미경은 무척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늘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그에게 "선배로서 힘들지 않냐"고 묻자 "제 성향 자체가 원래 러블리하다"라며 크게 웃었다.

"김원석 감독님이 충수는 추상같은 역할이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을 캐스팅하기 전에 작품들을 다 봤는데 실제로는 완전 큐티인데요' 하시길래 '걱정하지 마세요. 추상 속에도 큐티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하하. 제가 맡는 역할들이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나이가 들면 연륜이 생기고 삶이 좀 더 짙어지고 여유가 생길지언정 모든 여성의 내면에는 어린 소녀가 있다고 생각해요."
차미경은 실제 제주도 출신 배우로 시청자들이 착각할 만큼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연습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는 극 중 충수 이모가 세상을 떠나던 날을 떠올리며 "충수가 마지막 죽기 전에는 엄청 귀엽다. 강하게 극하게 살아왔던 충수가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게 됐을 땐 조금은 아이 같은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었다. 험난한 세월을 보내고 내 주위의 아픔까지도 감싸안은 인물이지 않나. 살면서 가장 마지막 날은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는 걸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분장을 한 채 뜨거운 햇볕 아래서 연기하는 건 배우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터다. 그러나 차미경은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특수분장을 해왔고,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은 노역도 했기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고 했다. "전 할머니 연기하는 게 싫지 않아요. 어떻게 살아왔든 삶의 모든 걸 느낀 현자잖아요. 오히려 스펙트럼이 넓어서 배우들이 부러워하죠. 80대 할머니만 연기하는 게 아니고 50대 역할도 하고 다양하게 소화하고 있거든요. 여러 작품을 통해 김다미·신민아·박보영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도 많이 맞췄는데 좋았어요. 폭넓은 배역이 주어지는 건 감사한 일이죠."
사랑이 넘쳐흐르던 현장... 대본은 모든 답을 품고 있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며 아이유와 박보검에게 푹 빠졌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이지만 현장에서는 오롯이 애순과 관식으로만 존재했다. 배려심과 겸손함에 놀라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두 배우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정감가게 하고 참 따뜻해요. 우리가 애순이와 관식이에게 애정이 갈 수밖에 없도록 그들이 만들어줬어요. 박보검의 경우는 역할 속의 관식이랑 똑같아요. 사람들을 잘 챙기고, 아주 섬세하죠. 배우들뿐만 아니라 현장의 매니저들과 막내 스태프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아이유는 아이가 죽어 슬퍼하는 장면을 찍는 아주 힘든 촬영이 있었어요. 인공파도를 맞고 비를 뿌리면서 연기하는데, (본인도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보조출연자들을 챙기더라고요. 담요, 난로, 우산 같은 것들을 갖다주고요. 한 번은 비가 오는데 아이유가 자기 우산을 주면서 매니저한테 저를 씌워주라고 한 일도 있었어요. 그러니 연기가 필요없이 절로 애정이 갔죠. (연기에) 도움을 받은 것 같아 고마워요."

작품의 대본을 쓴 임상춘 작가는 필명으로만 활동하고 공식석상에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한 바 있다. 차미경은 "임상춘 작가님이 엄청 예쁘고 체구가 작고 수줍음이 많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너무 놀랐다. '어떻게 이런 걸 쓰냐'고 물었다. 겪어보지 않은 시대와 그런 사람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내니까. 나이 든 보조작가를 여러 명 두고 쓴 글이 아니냐고 (농담 삼아) 물었을 정도"라며 "우리가 중간에 대본 리딩을 한 번 더 했다. 조금 찍은 편집본을 봤는데 작가님이 해녀들이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 아이유도 보고 와서 해녀 3인방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큰 역할이 아니어서 그렇게까지 반응이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오히려 내려놓고 비웠을 때, 작품의 어떤 작은 부분이라도 보탬이 되는 거 같다"면서 웃었다.
그는 해녀 3인방의 호흡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백지원씨는 워낙 경험이 많다 보니까 따로 호흡을 맞춰볼 필요도 없었어요. 성격 자체가 (캐릭터에) 훅 잘 빠져들어오는 스타일이죠. 이수미씨는 그때만 해도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았는데 저하고 좀 잘 맞았어요. 나중에 친해져서 제가 큐티의 길로 인도했죠. 하하. 때때로 다 같이 힘든 날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현장 전체의 에너지가 좋으면 그 작품이 잘 되는 거 같아요.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과 진정성이 모여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듯해요."

극 중 애순과 관식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해녀들 역시 세월의 변화를 표현해야 했다. 크게 역할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삶의 변화가 느껴져야 하기에 그에 따른 고민이 많았다. 차미경은 모든 답이 '대본'에 있다고 말했다. "대본을 백번 보면 답이 나와요. 전 그래서 대본을 많이 읽으려 해요. 대본을 보면 제가 하는 캐릭터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보이고 전체가 보이잖아요. 앙상블이 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본을 수없이 많이 보면 작가님의 의도도 보이고 감독님이 뭘 고민하는지도 다 느껴져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요."
수십년간 연기를 해왔고,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배우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예정인 차미경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누군가의 삶에 위로가 됐던 배우로 기억됐음 좋겠어요. 저 또한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작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위로를 주고받았던 거 같거든요. 지금껏 위로가 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거 같고요. 60세가 된 지금에서야 그걸 느끼게 됐어요. 저도 작품을 통해 여러분에게 위로를 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유수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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