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故 김새론 '이유 있는 죽음'과 '잊혀질 권리'

김새론은 그간 행적을 보면 사망 직전까지 악플 공격에 의한 좌절감, 우울감, 불안감은 상당했다. 특히 의지할 곳 없는 그가 이성간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현실 도피의 출구로 삼았던 것은 가족간 단절이라는 상실감도 한켠에 자리했으리란 분석도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걸그룹 카라의 멤버였던 가수 겸 배우 구하라는 2019년 11월 24일 오후 6시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현장 거실 탁자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짧은 자필 메모가 발견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구하라는 생전 친모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 공허함을 자주 토로했습니다. 친모는 구하라가 9살때 집을 나가 20년간 연락을 끊은, 사실상 남남처럼 지낸 사이입니다.

그랬던 엄마가 딸이 죽은 뒤 뒤늦게 나타나 재산 상속을 주장해 분노를 샀습니다. 구하라의 사망은 상속제도에도 큰 논란을 낳았고, 친오빠가 입법청원을 호소한 지 4년만인 지난해 오랜 논란 끝에 이른바 '구하라법'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개정안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중대범죄 행위를 저지른 경우 가족이라도 피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2026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걸그룹 f(x) 출신 설리는 이보다 한달 앞서 그해 10월14일 경기도 성남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전 그는 JTBC '악플의 밤'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설리는 어린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 외조부모와 함께 살았는데요. 그 역시 악플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못지 않게 가족의 울타리 상실 또는 괴리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악플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아 세상을 떠난 걸그룹 f(x) 출신 설리(왼쪽)와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오른쪽)도 가족의 울타리 상실 또는 괴리감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진 위는 고 김새론. /더팩트 DB

◆ '악플 공세' 심리적 스트레스 가중, 자포자기 심정에 '삶'도 포기

故 김새론의 전 남자 친구 K 씨는 "죽은 새론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 일부라도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싶다"며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만난 지 두 달만에 벼락치기 결혼한 남편(뉴욕남자)과의 갈등, 그리고 가족간의 단절을 꼽았는데요. 김새론은 음주운전 사고 여파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줄곧 심리적 공황 상태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발단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누굴 탓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과정에는 매우 복잡한 심리 갈등을 겪는다고 말합니다.

김새론도 사망 직전까지 악플 공격에 의한 좌절감, 우울감, 불안감은 상당했습니다. 그간 행적을 보면, 의지할 곳 없는 김새론이 이성간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현실 도피의 출구로 삼았던 것은 한편으론 가족간 단절이라는 심리적 상실감이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는 그가 생전 주변에 남긴 문자소통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되는 부분인데요. 김새론은 죽기 전까지 가족들의 무관심 때문에 가장 힘들어했고 늘 좌절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습니다.

결국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차례 자해를 시도하는데요. 지난해 손목인대 손상으로 응급수술까지 해야하는 상황에도 가족들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병실을 지켰던 전 남친 K 씨는 "이런 상황 때문에 (새론이는) 늘 어디론가 도망하고 싶어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이 딸 결혼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도 그렇고, 뒤늦게 '이모'라는 익명의 인물을 앞세워 감추고 싶은 과거 사생활을 유족이 폭로하는 상황은 그래서 더 납득하기 힘듭니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복 변호사(오른쪽)가 지난 3월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배우 김수현과 故 김새론의 미성년자 시절 교제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마지막 보루',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감'

"어떻게 딸이 결혼한 걸 가족들이 아무도 모를 수가 있나. 가족들 누구도 김새론이 뉴욕남자와 결혼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딸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다는 반증 아닌가. 그런데 연(緣)을 끊다시피 관심을 주지 않다가 세상을 떠난 지금에 와서 수년전 유명 배우와의 교제했던 사실을 들춰내는 것은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지 않고는 설명이 안된다." (故 김새론의 전 남친 K 씨의 증언)

연예계에는 어린시절 환경적 어려움을 딛고 꿋꿋이 일어선 주역들이 꽤 많습니다. 시련과 역경의 상황을 떨쳐내고 성공한 이들이야말로 더 밝고 빛이 나는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부침이 심한 연예계는 빛과 그림자가 극명합니다. 작은 실수와 단 한번의 잘못으로 절망적 위기를 맞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울타리는 결국 가족과의 끈끈한 유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일부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행여라도 특정 세력의 이익과 야합했다면 결국엔 그 역풍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가세연은 '뚜렷한 증거가 있다'며 휴대폰 및 노트북 포렌식을 언급했지만, 김수현 측이 사진 영상에 대한 반박자료를 낸 이후 현재까지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가세연 김세의 대표가 서울중앙지방법원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 DB

◆ 금전적 이득에 눈 먼 사이버레커 채널 '논리보다 비난과 조롱' 겁박

아시다시피 사이버레커 유튜브 채널은 이슈가 되고 금전적 이득만 된다면, 뭐든 공격적으로 다룹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어디든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대중스타의 사생활 노출은 최상의 먹잇감입니다. 일단 타깃으로 삼으면 사실여부나 논리적 설명보다 억지스러울만큼 비난과 조롱, 겁박이 난무합니다. 가세연은 '뚜렷한 증거가 있다'며 휴대폰 및 노트북 포렌식을 언급했지만, 김수현 측이 지난달 31일 사진 영상물에 대한 반박자료를 낸 이후 현재까지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故 김새론의 죽음은 여러 의미에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 외면받았다는 사실도 그렇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야할 그의 과거 사생활 행적들이 바로 유족의 이름으로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 역시 슬픈 일입니다. 김새론은 세상을 떠난 뒤 생전이라면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을 전혀 엉뚱한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말그대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데요. 대중은 그가 등장한 수많은 작품속 주인공으로 그를 기억하고 싶어합니다. 죽은 자에겐 조용히 잊혀질 권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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