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3058명 원점 회귀… 의대생 선택에 달렸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이는 ‘3월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라는 조건이 전제된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의대 교육 정상화마저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2024학번의 단체 휴학이 지속되고, 2025학번 신입생들까지 수업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내년도 의대 교육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2026학번까지 포함되면 한 학년에 세 개 학번이 겹치게 돼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의과대학 총장·학장단의 요청을 존중해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면서도 “3월 말까지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모집인원 조정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압박하는 조건부 조정안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원 조정안이 보건복지부가 아닌 교육부 주도로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의대 정원은 원래 보건복지부의 관할이지만, 이번 사안은 의대 교육의 정상화가 절박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교육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 개 학번이 겹치면 물리적으로 교육이 불가능하다. 해부학 실습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는 의대 학장단과 대학 총장들의 압박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는 교육부에 ‘3058명으로 정원을 조정하면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어 이달 5일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도 같은 입장을 발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총장들이 기존에는 의대 증원에 협조적이었으나, 대규모 시설 투자 이후 학생 휴학 사태가 지속되면서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의 파트너였던 대학 총장들이 돌아선 것이 정부의 입장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방향이 급선회한 데는 정치권의 개입도 한몫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교육부와 당정협의를 마친 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교육부는 관계부처 및 대통령실과의 비공개회의를 거쳐 정원 조정안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