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이는 그 사랑이 버거웠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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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큰 딸래미로 태어나서
독녀로 사랑 듬뿍 받다
아래로 남동생 둘이나 생겼으니
그 시절에는 문 잘열고 나왔다고
엄청 이쁨 받으며 컸을거다
그러면서도 보는 사람마다
광례가 애순이 애깃적 얘기 했을거고
애순이가 니 잠녀 안시키려고 할머니랑 싸웠다
이런 얘기 했을거고
그러다보면 엄마 심복이라 너가 애순이한테
잘해야한다 소리도 들었을거다
동생 동명이가 먼저 바당 품으로 가고 나서는
죄책감으로 엄마아빠 눈치만 보다가
엄마아빠가 좋아할 행동들만 골라서 했을거다
죄갚는 심정으로
그러는 와중에도 애순이는 금명이를 애꼈을거다
품에 안으면 바스러질라 만지면 닳을라
애끼고 애껴한게 금명이도 피부로 다 느꼈을거다
애순이는 광례처럼 딸 줄것 다 주지도 못한 삶이 싫어서
저처럼 엄마 사랑 못받고 크는게 싫어서
아낌없이 싹 다 긁어서 금명이 줬을거다
금명이는 그 사랑이 버겁다
준비물 살 돈 필요하대면 지갑에서 그냥 나오는 돈을 바랐지
오만 주머니 다 들쑤셔 쌈짓돈 꺼내고
찬장에 넣어둔 꼬깃한 비상금까지 털어낸 돈은
아무래도 버겁다
엄마아빠 사랑이 그렇다
적당히 주면 나도 적당히 마음 쓰면 되는걸
내가 하는 말이라면 그냥 못지나치고
전전긍긍 다 해주려고하는 그마음이
꼭 식을까봐 아랫목에 품어놨다가 내주는 공깃밥처럼
뜨겁고 무겁다
일본유학도 가면 좋은거지 싶다가도
친구들은 지갑에서 그냥 나오는 돈
우리집은 온 집안 숨은 지폐들 다 잡아 꺼내고
살림 팔아서 마련할 돈일거 아니까 가기 싫었다
그래도 엄마는 죽어도 보내주겠단다
어떤 마음인줄은 알지만 어떨땐 그 마음이 버겁다
옛날 집은 냄비방이라
추운 겨울날 보일러 뗀 방안 훈기대신
아궁이만 잔뜩 떼어서 방바닥이 이글이글 타고
공기는 코끝시리게 차갑다
금명이한테 엄마아빠 사랑이 그렇다
따뜻한 보일러가 아니라 뜨거운 아랫목 같아서
맨 엉덩이로는 감히 앉을수가 없다
딸이 따수운 방에서 잘 자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새 아궁이 불떼는 그 희생이
아마 삼십 내내 버거웠을거다
그니까 금명이는 평생 후회할 말들만
자꾸 했을거다
그냥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이 너무 버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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