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조명, 그 아래에서 '일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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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피해 여성 관련한 기산데 댓글..^^ 할말하않
** 여성 인권 관련한 기사니까 댓글 플로우 바꿔보자고 가져왔어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67697
"남편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성매매 여성으로 9년간 '일했던' 송이(가명, 51)씨는 37세가 되던 2011년 성매매 업계에 발을 들였다. 재혼한 남편에게서 도망치기 위함이었다.
송이씨는 자신의 과거를 남편과 그 가족에게 '사육당했다'고 표현했다. 재혼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남편이 송이씨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24시간 내내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이 돌아가며 송이씨를 따라다녔다. 화장실에 갔을 때조차 베란다에 연결된 창문을 통해 송이씨를 쳐다보곤 했다. 당연히 외출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은 송이씨 명의의 핸드폰을 없애고, 카드는 어딘가에 숨겨버렸다. 장애가 있던 시아버지의 병간호도 송이씨가 도맡아서 해야 했다. 송이씨는 늘 따라다니던 여섯개의 눈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배 속의 아이를 잃었다.
탈출을 결심한 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을 때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15층 난간을 밟고 올라섰다. 그때, 재혼 전 낳은 딸 예지(가명)가 생각났다. 전 남편의 시댁이 예지를 도맡아 키우고 있었지만, 양육비는 송이씨가 벌어 보내야 했다. 딸까지 굶겨 죽일 수는 없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온 집안을 뒤져 본인의 카드를 발견했다. 송이씨는 현금 서비스로 500만 원을 빌려 편의점에서 인출한 뒤, 매트리스 사이에 넣어놓고는 탈출 계획을 세웠다.
송이씨가 집을 벗어난 건 한겨울,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아침 7시 남편이 출근을 위해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송이씨는 잠옷 차림으로 거실화조차 갈아신지 못한 채 숨겨뒀던 500만 원만 집어 들고 집을 나왔다. 잡힐 것 같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에서 중간에 내려 비상구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미리 불러둔 콜택시를 타고 경기도 의정부에서 내렸다. 남편이 따라올까 봐 무서웠다. 아무 택시나 다시 잡아 갈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남편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집과 차를 비롯해 모든 재산의 명의를 모두 남편 명의로 바꿔놓은 상황에서,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 남편은 송이씨를 실종 신고했고, 그렇게 남들의 눈에 띄는 순간 다시 집안에 '갇혀야' 했다. 남편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곳을 찾다가 서울 수유리에서 작은 달방을 얻었다. 갖고 있는 생활비를 모두 쓰기 전에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처음 찾은 일은 주방 보조 일이었다. 그때 당시 최저시급이던 4320원에 못 미치는 4000원을 받으며 하루에 열 두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급여는 일정하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날이면 가게 주인은 송이씨에게 일찍 퇴근할 것을 요구했다. 한 달을 일했지만 들어온 급여는 100만 원 남짓. 식당을 다니며 다른 일을 구했지만 '무경력' 송이씨를 원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일용직 아르바이트, 택배 기사 등 여러 일자리를 기웃거리는 사이 빌려둔 500만 원을 모두 써버렸다.
송이씨는 옆방에 있던 수지(가명)씨가 "먹고, 자고, 숨을 수 있는 곳은 미아리밖에 없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송이씨는 "그때는 너무 절박해서 다른 일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벼룩시장에서 '미아리 근무자'를 찾는 구인 광고를 찾아내 세 곳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본 지 두세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업주는 송이씨를 불러 고무줄에 꽁꽁 묶인 현금 500만 원을 던져주며 "머리도 하고 옷도 사 입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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